book

뮌헨 1972 | 아론 J. 클라인

flipside 2023. 6. 2. 20:03

2007/09/15 17:44

 

[책을 읽고 나서]


딱히 1972년 올림픽의 검은9월단 사건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아무런 지식이 없었습니다. 인질이 다 죽은 것도 몰랐고 납치범 중에 살아난 사람이 있던 것도 몰랐습니다. 관심이 있었다면 영화 [뮌헨]이라도 봤겠지만 그닥 끌리지는 않아서 넘어갔었죠. 그러다가 요전에 이오공감에 올라온 "역대 국제 인질극 구출작전에 관하여"라는 포스트에 있는 내용 중 인질 구출작전을 하려던 모습이 TV에 방영되어 실패한 이야기를 보고 -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 깜짝 놀라서 관련 책을 찾아 보다가 아론 J. 클라인의 [뮌헨 1972]를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여러 장으로 나눠있지만 크게 나눈다면 1972년의 뮌헨 올림픽 인질극에 대한 이야기와 그 이후의 이스라엘이 진행한 복수라는 2개의 축으로 진행되는데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점이 주는 긴장감과 저자의 능력에 힘입어 무척 재미있고 흥미진진합니다. 작전에 대한 묘사는 스파이 소설의 한 대목 같고, 정밀하게 배치된 인용과 인터뷰, 저자의 정리는 깔끔하며, 어려운 아랍성과 이름, 유대인의 이름이 난무하지만 큰 혼란없이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감상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1. 당시 인질극에 대한 서독측의 무능함과 독일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기대가 차례로 무너지는 내용, 2. 이스라엘 대표팀 선수단 단장이 느꼈던 웬지 모를 불안함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는 점, 3. 모사드가 암살대상을 잘못알고 무고한 사람을 암살한 사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첫번째는 아래에도 옮겨적었지만, 한독약품의 독이 독일이라서 웬지 믿음이 간다는 분들처럼 이스라엘 역시 막연하게 독일이 가진 스테레오타입을 믿었지만 실제로 진행된 것은 정말 말도 안될 정도의 미숙함이었고, 이후 잘못을 감추기 위한 서독정부의 부인과정 역시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두번째는 [블링크]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연상시키는데 - [블링크]를 제대로 안봐서, 혹시 이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 사람의 직감이라는 것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것이구나... 하는 (이 책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사드의 실수 부분은 독일의 무능함만큼이나 어리석은 실수인데, 사건의 전개과정과 이스라엘의 대처 역시 전설적이라고 불리는 모사드에 대한 인상을 깨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책은 - 본문 중간중간 직접 이야기 하고 있지만 - 테러행위와 그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억제행위로의 암살, 보복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씌여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제 인터뷰 대상이나 자료들은 대부분 이스라엘과 모사드의 관계자이고, 팔레스타인의 것은 2차 자료이니 어느정도의 가감을 하시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 사실 서독 연방법 때문에 브란트와 겐셔의 재량권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 서독 헌법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단 한 명의 병력도 사전 동의 없이 바이에른 주 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이스라엘 정부는 모르고 있었다. 법률적으로 따져볼 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인 테러사건의 해결은 전적으로 올림픽 선수촌이 자리한 바이에른 주의 몫이었다. 따라서 브란트와 겐셔의 영향력은 바이에른 주정부가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바이에른 주정부가 연방정부든 외국정부든 외부의 개입을 극도로 반대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정확성과 효율성 그리고 엄격한 규율로 이름 높은 독일의 명성이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안심시켰다. 다얀과 자미르는 서독 당국이 주도면밀한 구출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서독 연방정부에는 대테러부대가 아예 없으며, 있다 해도 뭰헨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스라엘 정부에서 이 사실을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서지정보]


제목 : 뮌헨 1972
원제 : Striking Back Striking back : the 1972 Munich Olympics Massacre and Israel`s deadly response (2005)
지은이 : 아론 J. 클라인 Aaron J. Klein
옮긴이 : 문일윤
출판사 : 황금부엉이
발간일 : 2006년 03월
분량 : 324쪽
값 : 10,000원




p.s. 원서와 국내판 표지. 첫번째 표지가 젤 멋지네요~


p.s. 요즘들어서 외국 서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많이 조심스러워 졌습니다. 아론 J. 클라인이라는 사람이 알고 보니 미국의 조갑제 같은 사람이면 어쩌나 ㅡ.ㅡ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찾아봐도 보수적인 군사전문가 정도라는 것 밖에 모르겠는데 아시는 분은 덧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