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9 22:07
나는 여전히 노무현 지지자다.
나는 최후의 노무현 지지자
오늘 (저랑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회사분들이랑 점심을 먹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 혹시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작심하고 하야라도 하게 되서 한명숙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면 (어찌되었든) 최초로 여성 최고지도자가 나오게 되는거네... 하고 상상을 했는데, 막상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에서 여성 국군통수권자를 인정할 수 없다... 어쩌고 할 것 같더군요. >.< 그러다가 이야기는 여성 부통령/대통령이 나오는 드라마/영화([컨텐더], [프리즌 브레이크], [에어 포스 원] 등)로 흘러갔고, 결국 글렌 클로스가 최고다... 이런 이야기하다, 요즘 오버에 오버를 거듭하는 [OO일보]를 씹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선 자리에서 생각를 하고, 분석을 하고, 평가를 내리겠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업무수행에 대해서 한가지, 그의 당선으로 "대통령"이 가진 권위주의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는 점(어떤 사람들은 긍정적인 위엄마져 사라졌다고 아쉬워하지만, 말잘하는 것과 수다쟁이가 같은 성질에 대한 다른 표현인것 처럼 권위주의적 대통령은 버리고 위엄있는 대통령상은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에 주목합니다. 제 이런 생각은 예전에 읽은 지명관 교수 인터뷰(전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인터뷰는 아니에요) 기사를 보고 좀 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인데, 전 이것 만으로도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 앞으로 노무현 정부의 어떤 식으로 변화했으면 합니까
“큰 변화가 가능하리라 보지는 않아요. 그러나 노무현 정권을 통해 배우는 점이 있어요. 이젠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시대는 끝났어요.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챙기고 끌어가는 시대는 끝났다는 거지요. 대통령의 역할을 이젠 하나의 행정부 역할로 축소시켜야 합니다. 온 국민이 정부만 바라보고 못하면 욕하는 시대는 끝났어요. 그런 시대를 종결하는데 뜻하지 않게 노무현 정부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이젠 국민이 정치를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민주주의 제도로서 존속시키고, 국민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키우기 위한 자발적인 모임이 사방에서 일어나 새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노무현 정부가 주는 선물이라고 봅니다.”
지명관 인터뷰, [업코리아], 2003년 10월 14일
꽤 오래전 헌책방에서 만난 한 나이 지긋한 분은 지명관 교수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시더군요. 그분 말씀이, 당신이 보기에 결혼식에 가면 있는 몇 십만 원짜리 화환은 다 돈낭비라고 생각하는데 예전 박정희/전두환 시대에는 한마디로 정리가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마음대로 그렇게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익단체도 많아져서 그런 게 안통하는 시대이니 알아서 자제해야 할 텐데 뭐 계속 저렇겠지... 그런 이야기셨습니다.(저도 동감)
이런 저런 상황이나 지지 여부를 다 떠나서 생각해도 결정적으로 한나라당이 보는 것 만큼 이 나라가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제 지지가 별로 변화가 없는 같습니다. 지난 11월 02일(오늘 발언 나오기 훨씬 전) 있었던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주요내용을 보면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노무현 지지자임을 포기할 수 없는 - 바꿔말하면 한나라당 지지자가 될 수 없는 - 이유를 여럿 발견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최고의원의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저는 도대체 어떤 근거로 "나라 전체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고, 역시 무슨 근거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지 의심"하는지도 이해가 안갑니다.
[이재오 최고위원] ... 이정권으로서는 안보에 대한 능력과 경제회복 대한 능력을 상실했다. 안보와 경제에 대한 능력이 없는 정권에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이 무능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이 일어나야 하고, 그 운동의 한가운데 한나라당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 그러기 때문에 지금 내각의 사람 몇 명 바꾸고 장관 몇 명 이리저리 바꾸고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라 전체가 무너졌는데 그래서 안보와 경제를 해결 할 수 없는 노무현 정권의 교체운동을 범국민적으로 벌여야한다. 그래야 노무현 정권이 정신을 차리지 다른 해법은 전혀 없다고 본다. 여기에 조그만 처방이 통하겠나? ...
[전여옥 최고의원]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가를 의심케한다. 국민에게 일시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노무현정권은 사실 10%대의 소수정권이고, 정권으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소수가 다수의 생각과 권리를 짓밟고 있다. ... 이 민주주의라는 원칙을 무시한 노무현정권이야말로 스스로가 쇄국주의 정책의 희생양이 될 것이고, 또한 지금 현재 다수의 진실과 다수가 갖고 있는 건전한 생각, 다수가 흘린 피와 땀과 눈물에 대해서 배신하는 정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는 (지난 대선전에 달랑) 회원가입만 하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은 비활동성 노사모 회원이자, 지난 대선때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랍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일에는 다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밝혀둡니다. ^^)/
p.s. 한나라당 최고회의 회의록 찾다가 오랜만에 들어가게 된 조선닷컴에서 발견한 기사 "사시 수석 합격자 박정은씨 '민노당원'". 100자평 몇 개를 보다 보면 "같은 한국 땅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도 있음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