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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보상금의 저주]를 보고

flipside 2023. 5. 5. 00:14

2007/07/19 00:41

 

방금전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EBS에서 방영해주는 해외 다큐멘터리인 [9/11테러 보상금의 저주](원제 9/11: Millionaire Widows)를 보게 되었습니다. 9/11 사건이 일어난지 올해 9월이 되면 6년이 되는데, 찾아보니 이 프로그램은 작년 5주년을 기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중에서 희생자의 부인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였습니다.(일부 차등보상에 대한 문제도 지적은 합니다만 주된 사항은 아니었습니다.) 아래 줄거리는 EBS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것입니다.


- 9.11로 경찰관인 남편을 잃은 아일린 키리는 보상금 수령에 대한 이견 때문에 가족이 깨어졌다. 보상금을 원했던 남편의 아이들이 보상금을 거부한 양어머니 아일린을 고소한 것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아일린은 보상금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고 아이들과는 말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 리사 골드버그는 9.11로 소방관인 남자친구를 잃었다. 보상금을 둘러싸고 리사는 남자친구의 가족들과 법정싸움을 벌였고, 둘의 딸인 ‘새라’가 상속인으로 인정을 받기는 했지만 새라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돈에 손을 대기가 어려운 상태다.
- 메리 코에닉의 남편 제리는 9.11로 숨진 동료 소방관의 아내와 달아나 버렸다. 메리는 남편이 보상금에 눈이 멀어 아내를 버렸다고 믿는다.
- 9.11로 평생의 반려자를 잃은 동성애자 마거릿 크루즈는 18년을 함께 살아온 연인의 남동생과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모두 4명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비중으로 보자면 첫번째 아일린 키리의 이야기가 가장 길었고 슬펐지만 개인적으로는 2번째 리사 골드버그와 4번째 마거릿 크루즈의 이야기를 보다보니 가슴이 아프더군요. 사실혼 관계였고 아이도 있었던 리사 골드버그의 경우는 다행히 사망한 소방관 남자친구의 가족이 아니라 딸이 수혜자로 지정을 받았고, 이번 사고로 무역센터에 근무했던 18년 동안 인생의 반려자를 잃은 마거릿 크루즈 역시 자신의 몫인 보상금을 받긴 했지만 - 남동생이 자기 몫은 물론이고 크루즈의 것까지 가질려고 했답니다 ㅜㅜ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에 더해서 그 사람의 가족과 법적인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얼마나 더 상처를 입었을 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기억에 남았던 것 중 하나는 기금 담당자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나왔던 부분인데, 전체의 97%의 유족이 모두 보상금을 수령받았고 일부는 소송을 진행중이지만 여덟 가족인가는 보상금도 받지 않고 소송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여덟 가족들은 어떤 심정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p.s. 리사 골드버그와 메리 코에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신문기사 : The curse of the 9/11 widows


p.s. 미국 사람들은 다들 유언장을 써놓고 있는 줄 알았는데 - 영화나 책의 영향 - 보상 기금 관계자의 이야기로는 이번 희생자 중 20% 정도만이 유언장이 있었다고 하네요. 위의 리사 골드버그와 마거릿 크루즈의 경우는 배우자의 유언장만 있었더라도 저런 소송은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