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20 16:38
가격표시가 안되어 있는 상품을 고를 때 마다 항상 뭔가 잘못되고 - 내가 어리버리해서 분명 -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제게 약국과 안경점은 늘 곤혹스러움을 안겨줍니다. 예를 들어 약국마다 박카스나 아스피린 가격이 다른 경우 항상 저는 비싸게 사는 것 같다는 ㅠㅠ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나마 아스피린은 대강의 가격을 알지만 안경점에 가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제 스타일을 스스로 파악하고 잘 어울리는 것을 고르지 못하는 낮은 안목도 한 몫을 거들구요. 거기에 잠깐 구경이라고 할라치면 여지없이 옆에 와서 이것 저것을 권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아 빨리 안경 맞추고 가고싶어!"하는 생각만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격에 있어서 "원래 X원인데 손님에게는 Y원에 해드릴게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 그렇게나 많이 할인을?'하면서 의심부터 하게 되고... 이래저래 안경을 맞추는 일은 돈은 돈대로 쓰고도 쇼핑의 즐거움과는 원래부터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올해 초쯤 Abby님이 ALO라는 안경점을 추천하는 포스트를 보고 "앗 나를 위한 안경점이다!"하면서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결국 최근에 가봤습니다. 가본 결과는 /대/만/족/!
우선 맘에 드는 것은 정찰제~ 기본압축 + 안경테 가격을 4가지로 분류하고 가장 낮은 가격은 29,000원에서 2만원씩 올라가서 89,000원까지 있는데 안경테 가격에 대한 감이 전혀 없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선택을 쉽게할 수 있어 좋더라구요.(아 여기에 Silver라고 89,000원 초과하는 가격의 안경들도 있으니 5등급이군요. 비싼 것은 20-30만원 ^^) 2번째는 이 안경 저 안경 써보고 거울을 보고를 오래 했는데 직원분이 전혀 아는 척을 안하는 점이었어요. 마지막에 후보를 골라서 어떤 것이 좋을지 조언을 구하기 전까지 직원분들은 손님이 "저기요~"라고 하기 전까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는 옷 살때도 그렇지만 직원이 옆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면 굳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 말걸기 전까지 아는 체 하지 않는 점이 고마웠습니다. 마지막은 시간이랑 친절함이었는데 30분 정도면 완성품을 가지고 갈 수 있고, 안경테 선택에 도움을 주고 검안을 진행해주시는 분이 무척 친절하셔서 기분까지 좋아지더군요.
저는 30분 정도 안경고르기 놀이를 하다가 최종 후보로 좀 많이 비싼 테 A랑 좀 덜 비싼 테 B 중 하나를 하기로 하고 - 둘 다 외국 브랜드였어요. 이제 나이도 있으니 이런 것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퍽) - 직원분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직원분 말씀이 그것보다는 제게는 좀 더 싼 국산테 C가 더 좋을 것 같다면서 꼭 원하시면 A나 B도 괜찮지만 C도 선택지 중 고려하라고 권해주시더라구요. 오호... 그렇게 이것저것 써봤을 때는 C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귀가 얇은 점도 있지만) 권하는 이유를 듣고 안경을 써보니 좋더라구요. 특히나 맘에 들었던 점이 이리저리 구부리고 당겨도 원상회복력이 강하다는 점과 코걸이 부분이 실리콘(오 코걸이는 진작 이런 재질로 나왔어야 해요)이라는 점이었어요. 아래 사진 ^^

가격은 테 가격에 기본으로 포함된 압축이 아니라 초고굴절로 해야 해서 추가로 몇 만원 더 냈지만 실제 사려고 했던 상한선이 높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합리적으로 잘 샀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원래는 좀 더 비싼 코팅렌즈로 하려 했지만 그것은 별도 주문이 들어가야 해서 당일 찾을 수 없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브랜드 렌즈들은 안경테 가격을 훌쩍 뛰어 넘더군요. ㄷㄷㄷ) 제가 갔었던 곳은 명동 롯데 영플라자점이었는데 신촌점이 더 크고 상품구색도 많다고 하니 다음에 안경 맞출 일이 있으면 신촌점에 한 번 가봐야 겠습니다. 다시 한 번 좋은 안경점을 소개해주신 Abby님에게 감사를~
p.s. 밸리 성격에는 안 맞을지 모르지만 제 기준에서는 나름 큰 돈을 써서 지름 밸리로 보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