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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로스트로포비치의 앵콜 연주

flipside 2023. 5. 9. 20:25

2005/01/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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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3월 28일. 서울에 새로 문을 연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는 첼로의 세기적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를 초청하여 개관 기념 공연을 가졌다


....(중간생략. 개인적으로 로스트로비치를 좋아하는 이유와 공연 스케치 부분입니다)


게다가 공연이 끝난 뒤 "앵꼴"을 요구하는 청중들의 환호에 2번이고 3번이고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기를 번쩍들고 나와 추가곡을 선물하는 그의 활수(滑手)한 인품.


그가 네번째 앵꼴 요청에 응해 다시 무대에 나왔을 때엔 갈 길이 바쁜 청중들은 이미 상당수 자리를 비운 뒤였다. 더욱이 예술의 전당 무대 뒤의 합창석(원래 합창교향곡 연주때 합창단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나 보통때는 객석으로 사용하는 3백여석의 "값싼"자리)에 앉아 있던 청중들은 이미 3분의 2 이상이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 그러나 이때 연주회장에서는 참으로 감동적인 "이변"이 일어났다. 다시 팬들 앞에 나타난 로스트로포비치는 "나는 내 이번 추가곡을 오늘밤 내내 내 등만 쳐다보고 연주를 들어야 했던 무대 뒷 좌석의 친구들을 위해 연주하겠다"는 짧은 인사말과 함께 의자를 180도로 뺑 돌려서 "천당석=천정석=3등석의 아이들"(les enfaents du paradis)을 향해 대부분의 청중에게는 등을 돌린 채 공연을 했던 것이다. 나는 내 구경의 30년 역사에서 일찍이 이런 광경을 목도한 일이 없었다. 참으로 로스트로포비치다운, 오직 로스트로포비치만이 할 수 있는 훈훈한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헤프닝이었다.


....(이하생략)


최정호, "언론인의 '모랄'과 '모랠'" 중에서, [계간 사상], 199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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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예술의 전당 합창석을 애용하는 저로서는, 연주자가 뒤를 보고 인사만 해도 감격한답니다. ^^ 꾸벅 (원문에서 이 음악회가 언급된 이유는 이 연주회가 왜 신문에 한줄도 보도가 안되었는지를 이야기 하기 위해 쓴 부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