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26 21:56
... 누나는 아마도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나보다는 이웃에게 인사를 받고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던 시절의 나를 더 좋아할 것이 틀림없다, 라고도 생각했다. 문방구점에서 물건을 산 뒤 분명히 거스름돈이 모자라는데도 결국 그것을 얘기하지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야단맞고 있는 나. 식당에서 주문한 요리가 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잊어버리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때에도 그저 물컵만을 앞에 놓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 나. 그런 나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라스 만차스 통신] 중에서, 히라야마 미즈호, 김동희 옮김, 2005, 스튜디오본프리
오늘 서울 나들이를 나가서 영화 한 편 보고, 전시회 갔다가 그냥 집에 오기 뭐해서 스타벅스에 가서 오늘의 커피 1잔과 스콘을 시켜놓고는 [라스 만차스 통신]을 다 읽었습니다. 물론 다 읽고 가야지 하고 작정은 했지만 정말 다 읽을 때 까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 개인적으로 판타지나 환상문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막상 읽다보니 그냥 계속 읽게되더군요. 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 책이 가진 환상성 보다는 주인공의 성장기적인 요소와 위에 밑줄 그은 부분 같은 아련한 느낌을 주는 대목이 제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네요. : ) 제일 맘에 들었던 챕터는 맨 처음 나오는 "다다미 방의 형"이었습니다. 이 부분만 따로 떼어내서 살을 붙여도 흥미진진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네요.
p.s. 그나저나 책 커버의 새로운 시도나 일러스트는 좋았습니다. 단 견본책을 내놓지 않은 서점에서 이 책을 훓어보려면 만만치 않은 노력이 든다는 점은 좀 아쉽다고 해야 하겠군요. 아래는 스튜디오 본프리에서 일하시는 분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라온 펼친 표지 이미지입니다. 아마도 저 소파 가운데 있는 것이 <놈> 이겠죠? ^^
출처 : D.A.M.E M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