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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나는 오늘의 편안한 즐거움에 빠져 백 년 후의 근심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flipside 2023. 5. 11. 21:21

2006/08/16 23:59

 

  '나는 이 인간 세상에 고통과 실망을 위로하기 위해 태어난 시신詩神의 자식이다. 교만한 자를 포용하고 고통속에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 그래서 한시라도 자신에게 경계를 게을리할 수 없다. 내가 쓰러져 죽는 그 순간까지 이 미美를 향한 정신을 남기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멸망치 않는 한 나의 시(소설)는 사람들의 생명으로 남게 될 것이다.'


... 나는 오늘의 편안한 즐거움에 빠져 백 년 후의 근심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인간의 심성을 지닌 자는 생에 열정을 쏟아 죽음을 꺼리지 않고 천지법칙에 따라 움직이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명한 사람이든 어리석은 사람이든 또 남자건 여자건 무슨 구별이 있겠는가. ...



[치열하게 피는 꽃 이치요] 중에서, 히구치 이치요, 박영선 옮김, 북스토리, 2005




24살로 요절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읽더라도 이 작가의 굳은 결심과 진성성이 느껴지는 일기의 한 부분. 요즘 들어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몇 번 들었는데 그 말을 들을 때 마다 히구치 이치요가 생각난다.




p.s. 일본 위키피디아에 실린 히구치 이치요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