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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고양이 집회

flipside 2023. 5. 11. 21:25

2006/11/23 22:55 

 

 "어, 별일이네. 아직 깨어 있었어?"
  "어디 가? 유코."
  "고양이 집회."
  "고양이 집회?"
  "너도 따라 와."
  밤이 깊어지면 고양이 집회가 열리는 시각이다. 지각을 하면 부르러 온다. 나는 공양물을 가지고 공원 집회에 참가하는 명예를 고양이들로부터 부여받았다. 오늘의 먹이는 우리들의 먹은 것과 똑같은 연어다. 머릿수가 많기 때문에 두 군데로 나눠서 놓고, 나와 식객은 조금 떨어진 곳에 쪼그리고 않았다. 사바와 얼룩이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같다. 먹이는 그다지 많이 먹지 않고 꼬리를 곧게 세우고 다가온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나는 그러는 것이 지극히 건전하다고 생각한다. 팬더와 미케는 아직 어리고 말랐다. 겁도 많은 고양이 무리에서 추방당하는 경우도 있어서 좀처럼 먹이를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따로 가져온 건어물 같은 걸 던져주면 손으로 탁 누르는 모습이 재미있다. 구로도 작지만 호기심이 굉장히 많아서 우리들을 쳐다본다. 도라와 구로는 사이가 좋은 친구지만, 시로가 도라를 매일 쫓아다니면서 괴롭힌다. 아홉 마니란 되니 그 모양이 다양할 만도 한다. 내가 일어서면 고양이들은 벌써 돌아가냐는 듯한 얼굴을 한다. 나는 밤 동무들에게 '이제 너희는 너희들끼리 놀아'라고 말한다.



'잇츠 온리 토크' 중에서, [잇츠 온리 토크], 이토야마 아키코, 최선임 옮김, 지식여행, 2006




[잇츠 온리 토크]와 [일곱 번째 장애물] 2편을 엮은 작품집. 표지작인 [잇츠 온리 토크]는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처럼 큰 사건이나 결정적인 이야기 전개 없이 그냥 그냥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그 무심한 듯한 분위기와 알듯 모를듯한 주인공의 심경, 다 읽고 났을 때 드는 허전한 느낌을 주고, [일곱 번째 장애물]은 거기에 조금 밝은 느낌을 더한 작품입니다. 호불호가 갈릴만한 작품으로 대놓고 너무 좋아요~ 라고 권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저는 좋았습니다. ^^;




p.s. 위에 밑줄친 부분을 읽을 때는 [아즈망가 대왕]의 사카키가 떠올랐어요 ^^)/


p.s. 원서표지. 국내판 표지가 좀 쓸쓸하다면 원서는 따뜻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