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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이건 삼성을 위해서 하는 얘기에요

flipside 2023. 5. 13. 11:05

2007/06/09 23:24

 

편집국장으로 계실 때 삼성 관련 기사와 관련해 미묘한 일들이 많았나요?


(배석한 장영희 기자가 먼저 답했다. "삼성은 늘 기사를 쓰면 집요하게 태클을 걸어 왔어요. 삼성의 힘이란 당시에나 지금이나 대단해서 편집장을 흔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배들, 편집장이나 간부들은 늘 일선 기자를 지지했고, 경영진 또한 다소 불편하다거라도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았죠. 그런데 금창태 사장이 오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그러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거죠.")


삼성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죠. 일본 소니와 맞먹는 기업이잖아요. 우리 민족인 이만한 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삼성은 정말 나라의 보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삼성이 그러한 거대한 힘을 가진 만큼 언론과의 문제, 사회와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 인문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인문적인 생각, 교양 있는 태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언론을 대하고, 시민사회를 대하는 부분에서 삼성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서의 위신과 품격과 교양을 갖춰야 한다고 난 생각해요. 이건 삼성을 위해서 하는 얘기에요. 우리를 위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고. 난 삼성 미워하지 않아요. 근데 내 후배들은 미워하는 것 같아(웃음). 삼성은 유능하고 소중한 기업이죠. 달러를 벌어 오고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죠. 이런 훌륭한 기업이 어째서 사회와의 관계나 언론과의 관계는 실패하고 있는지……. 이러면 그 기업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기업이 되기 어렵잖아요. 이번 일이, 삼성 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로 산다는 것]중 김훈 인터뷰 "김훈은 말한다" 중에서, 고종석 외, 호미, 2007




제목만 보면 직업에 대한 안내서 같지만 이 책은 2006년 06월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기자들 모르게 [시사저널] 경영진이 삭제하면서 시작된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한 것으로 [시사저널]의 전/현직 기자가 말하는 기자의 삶과 [시사저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책은 크게 4부분으로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말하는 "시사저널의 추억"과 시사저널을 거쳐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시사저널 사람들", [시사저널]의 시스템과 특종과 취재담, 뒷이야기가 담겨있는 "기자로 산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이번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정리한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밖에 있는 사람이 알기 힘든 안쪽 이야기를 엿듣는 심정이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대부분의 글들이 "시사저널이 최고에요~"라는 느낌을 주고 있어서, 뭐든지 다소 삐딱한 심사를 가지고 제가 읽을 때 좀 걸렸습니다. 하지만 책 기획의도가 [시사저널]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것이니 괜한 트집이기도 합니다.


위에 밑줄 그은 김훈 전 편집국장의 인터뷰는 부록 부분에 실려 있는 것인데 삼성에 "인문적인 생각, 교양 있는 태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라 밑줄을 그어 봤습니다. 본문 중에도 삼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 "이건희 회장의 '황제 스키'를 몰래 찍다"는 글을 무척 재미있더군요 ^^ - 삼성의 언론에 대한 일처리 방식은 세련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 삼성의 '고맙습니다' 광고를 보면서도 자연스럽게 [시사저널]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기업광고에 쓸 돈 외에 "위신과 품격과 교양을" 갖추는데도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s. 개인적으로 [시사저널]은 첫직장에서 구독하던 잡지 중 하나로 다른 잡지들과는 구분되는 기획기사와 칼럼 등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사태와 관련된 기사를 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는 06월 15일이면 1년이라는 군요. 아래는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시사모 사이트입니다. : http://www.sisalove.com/


p.s. 표지가 이쁘다. 호미의 책은 대부분 끄레 어소시에이츠에서 디자인을 하는데 대부분 맘에 쏙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