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8 20:02
작가님의 작품 제목들은 대단히 독특합니다. 시적이면서 동시에 '촉각적'이기도 하지요.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는 다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삼월은 붉은 구렁을 三月は深き紅の淵を]에서 '구렁(淵)'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잘 쓰이지 않는 한자라서 좀 어렵게 느껴지더라구요. 이 제목을 지으실 때 어떤 의미를 담으신 건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제목은 정말 매우 중요한 문제지요. 전 항상 제목부터 시작합니다. 그 다음 이 책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포스터 이미지를 상상해요. 그림, 등장인물, 로고, 색조와 글자체를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전체적 소설 분위기를 함께 잡아나가지요. 실제로 저의 그런 상상이 책표지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질문하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되풀이 등장하는 책 속의 책이기도 해서 더한층 고심하여 만든 제목입니다. 아주 튼튼하고 괜찮은 타이틀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 고민했습니다. 그 '구렁'이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후치(ふち)'라고 하는데요, 이 단어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어두운 흐름'입니다. 먼 옛날부터 존재하던 여러 가지가 푹 잠겨 있는 그런 이미지, 그야말로 '책'을 뜻하는 이미지겠지요. 그 한자 자체가 어둡고 깊은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선택했습니다.
[판타스틱] 2007년 12월호 중 "완벽한 건 재미없어 - 온다 리쿠 인터뷰" 중에서
리쿠라는 이름은 성별을 모호하게 하고 싶어서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는 재미있는 인터뷰. [유지니아]를 읽다가 멈추고 있는데 - 아무래도 온다 리쿠는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아요 - 다시 맘잡고 한 번 읽어보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