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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미워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flipside 2023. 5. 14. 11:04

2007/12/04 13:39

 

...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그런 거들먹거리는 말을 할 생각은 없다. 그저 완전히 타인에게 대한 증오 따위 그렇게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워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사건, 쉴 새 없이 나타나는 범죄자에 대해 그런 풋내 나는 감상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럴 만큼 한가하지 않다. ...


[얼어붙은 송곳니] 중에서, 노나미 아사, 권영주 옮김, 시공사, 2007




115회 나오키상 수상작. 찾아보니 주인공 오토미치 다카코 형사는 이 장편을 처음으로 이후 작품에도 계속 등장하는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네요. 갑작스럽게 사람이 불타 죽는 의문의 살인사건과 그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해당 사건에 대해서 엄청난 반전이나 놀라운 결말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서 실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오토미치 다카코와 '황제 펭귄 같은 남자'인 다키자와 형사와의 갈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적대적인 파트너 관계의 결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 주인공인데 설마 둘이 끝가지 저렇게 냉냉하지는 않겠지~ 하는 예상 ^^ - 소소한 장면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전달하는 작가의 솜씨는 빼어납니다. 오토미치 다카코 형사가 등장한 다른 작품의 출간도 기대해봅니다.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번역본이 더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