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line

[밑줄] 어째서 나랑 사귀기로 했어?

flipside 2023. 5. 14. 11:25

2008/03/09 20:18

 

  "무슨 일이야?"
  기척을 느끼고 미치히코가 내 쪽으로 몸을 뒤척였다.
  "별거 아냐."
  "잠이 안 와?"
  "그런 건 아닌데……. 있지, 미치히코 말이야."
  "뭐?"
  "어째서 나랑 사귀기로 했어?"
  "무슨 말이야. 갑자기……."
  미치히코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저기, 그때 미치히코는 여자 친구 있었잖아? 게다가 나는 점술가로, 딱히 친구도,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나와 사귀랴고 한 건가 해서."
  "어째서라니, 루이즈가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그뿐이야?"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자기랑 사귀라고 했잖아?"
  미치히코는 눈을 쓱 비볐다. 졸릴 때 자주 하는 몸짓이지만, 비빈다고 해도 미치히코는 눈을 뜨지 않는다.
  "그렇지만 말이지. 딴 이유는 없어?"
  "딴 거?"
  "운명을 느꼈다건가, 뭔가 목숨이 걸렸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거나, 내 바지런함에 끌렸다거나, 그런 거 없었어?"
  "그런 거 없었는데. 난 루이즈와 달라서, 그런 육감 같은 것도 없으니까."
  "흠. 간단하네."
  "간단? 보통 다들 그렇잖아?"
  "그런 건가."
  "그렇다니까……. 이제 자자."
  미치히코는 조그많게 하품을 하고, 내 어깨 위에 손을 둘렀다. 쉽게 잠이 드는 미치히코는, 그대로 곧장 잠이 들었다. 나는 묵직하게 눌러오는 미치히코의 팔을 살짝 내려놓았다. ...



[럭키 걸] 중에서, 세오 마이코, 한희선 옮김, 비채, 2007




여자친구와 함께 점 보러 온 남자가 최고의 운을 타고 난 것을 알고 가로 챈 주인공 루이즈와 그 강운(强運)을 타고난 남자 - 하지만 이상한 요리나 만들고 시청 공무원으로 태평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 미치히코가 나누는 대화 한 토막. 늘 하는 이야기지만 현실이 핍핍하다고 느껴질 때는 이런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읽는 것 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표지의 말처럼 "괜찮아,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길거야!"라는 말이 듣고 싶은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심한듯 한 미치히코라는 캐릭터가 맘에 쏙 들었습니다. ^^)/




p.s. 번역본이랑 원서표지. 원서표지 넘 귀여운데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