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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부족함

flipside 2023. 5. 17. 22:22

2010/01/31 23:03

 

선생님도 어린 시절엔 풍족하지 못하셨지만 지금은 성공한 작가가 되셨잖아요. 과거와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성장기에는 가난하다 보니까 피해 의식도, 분노도 많았어요. 그렇게 되면 분노가 복수심으로 변하고 시니컬한 인간이 돼요. 지금은 그런 것들은 많이 없어졌죠.


선생님 드라마의 어떤 대사처럼, 정말 사랑도 돈 있는 놈들만 하는 걸까요?
성인이 됐을 때는 가난해도 충분히 행복했어요. 내가 굴과 해삼을 참 좋아해요. 예전에 사귀던 애인하고 포장마차를 갔는데 돈이 없어서 한 접시밖에 못 먹은 거에요. 그게 참 사무쳤는데 어느 날 월급 받은 걸로 해산물을 배터지게 먹었어요.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그때 내가 가진 순정이 지금 생각하면 참 예뻐요. 얼굴이 발개져가지고 돈 많이 벌면 많이 먹자고 다짐하던 그 모습. 그게 아픈 기억이라기 보다는 즐거운 기억이에요.
그래서 지금 내가 더 큰 집, 더 큰돈, 이런 걸 원하지 않는 거예요. 지금은 원했던 것 이상으로 가지고 있거든. 난 밥만 먹고 살면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많이 얻었잖아요. 난 돈 쓸 곳도 많이 없어. 택시비랑 친구들 밥 사주는 거. 그런데 밥도 소박하게 사주니까 밥 세 끼 먹는데 누구한테 아부 떨 일 없고. 행복해요. 지금 조카들한테도 그래요. 너의 부족함이, 콤플렉스가 정말 큰 재산이라고.



"봄을 안고 있었다" 노희경 인터뷰 중에서, 인터뷰어 이기원, [아레나 옴므 플러스] 2010년 1월호 중에서




뒤늦게 읽은 1월호에서 발견한 노희경 인터뷰. 다른 부분도 모두 좋았지만 마지막 부분이라 옮겨 봤어요. 지금 쓰고 있는 드라마가 기대됨. "쉽게 말하면 연애담이에요. 5명의 여자들만 사는 집, 할머니도 있고 엄마도 있고, 딸도 있고. 다시 한 번 가족이라는 카테고리로 넘어와서 그들이 하는 젊은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