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5 10:58
...소련과 미국이 오로지 군사와 우주항공 부문에서만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은 아니다.
소련 수상이었던 니키타 흐루시초프 Nikita Khrushchyov와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Leonid Brezhnev는 우주 탐험뿐 아니라 동물성 식품 섭취에서도 소련이 미국에 대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흐루시초프가 정한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미국인들보다 더 많은 양의 고기를 먹음으로써 더 강하고 유능한 소련인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소련은 이런 정책을 선전하기 위해 많은 고기를 섭취해 근육질로 변한 소련 노동자를 이상적으로 묘사한 포스터를 수만 장이나 제작했다. 1991년 나는 구소련을 시장 경제로 변천시키는 것을 돕기 위해 G7에서 선발한 경제팀의 일원으로 모스크바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 영양학 연구자들은 자국민들이 섭취하는 음식에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는 서구인들이 건강에 좋다고 여기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함량이었다. 그들은 우유와 버터, 고기 생산에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건강 증진을 위해 초과 칼로리와 포화지방 성분을 줄여야 한다는 서구인들의 개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내가 만났던 저명한 경제학자와 영양학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도대체 흐루시초프와 브레즈네프, 그들의 보좌관들은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나는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구소련 시민의 건강이 악화된 이유와 경제적 상황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러시아 영양학자들은 국민 일인당 연간 84킬로그램의 붉은 고기 섭취를 목표로 삼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과 발전, 그리고 성과의 원동력으로서 다량의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총 칼로리 섭취, 비만 같은 부정적 요소들은 아예 무시되었다. 그러자 불관 10년 만에 구소련의 성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심장병 발병률을 갖게 되었으며 과체중과 비만, 과도한 흡연과 음주에 빠져들게 되었다. 한 마디로 건강이 더 악화된 것이다. ...
[세계는 뚱뚱하다]중에서, 배리 팝킨, 신현승 옮김, 시공사, 2009
부제는 '전 세계를 휩쓴 비만의 사회학'으로 "세계는 왜 점점 뚱뚱해지는가"라는 서문으로 시작해서 우리의 현재상황을 살펴보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배리 팝킨은 위의 밑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 나라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우리나라도 언급이 됩니다~)를 들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식품업체들이 긍정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지만 - 예를 들어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우유를 저지방유로 바꾼다든가 무가당 시럽을 사용하는 등의 - 저자는 "이들 회사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없애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격을 포기하면서까지 진정성을 가지고 소비자 행동 변화를 위해 애쓰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해답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 변화라는 당연한 이야기랍니다. 다이어트를 생각하시는 분이 읽으면 어려가지로 도움이 될만한데 비만이 일으키는 문제를 읽으면서 "비만은 흡연보다 해롭다"(O.O)는 것도 알게 되고, 식품업계와 글로벌화의 영향을 보면서 "그래 내 문제만은 아니었어!" 하는 ^^ 긍정적인 위안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_^)/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원서의 저 도넛은 그 도넛일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