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10 11:48
[책을 읽고 나서]
약 1달 정도 되는 기간동안 유이카와 케이의 책을 3번째 읽게 되었다. 국내에 번역된 책은 다 읽게 된 셈이다. ^^V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서 [어깨너머의 연인] 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랑하던 애인이 다른 이를 찾아 떠나버리자 하기는 회사를 그만두고 원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하기는 그 일을 하면서 매력적이고 착한 요우지를 사귀게 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던 중 하기의 친구 이즈미가 나타나게 된다. 이즈미는 유부남과 사랑했지만 결국 임신을 한채 헤어진 상태. 어머니가 이즈미와 같은 처지였던 요우지는 이즈미를 잘 보살피지만, 하기는 그런 둘의 관계를 보면서 계속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대충 정리하면 저런 줄거리인데, 책을 보다보면 등장인물이 매우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즈미가 등장했을 때 부터 줄거리가 저렇게 흘러가는거 아닐까 하는 짐작을 했지만, 막상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읽어가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쓰러지지 않는다. 무슨 역할모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슬픔을 이겨내고, 자기에게 다가온 운명을 잘 받아들이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행동한다.
어릴때는 강인한 사람이 부러웠지만, 나이가 들면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잘 알고. 이쪽이냐 저쪽이냐 판단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후회없는 판단을 할 수 있는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 더 되기 어려운 것을 잘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하기는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소설의 주인공보다 강하고 아름답니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슬픈 결말은 아닌 것이 책을 읽고난 후의 느낌을 좋게한다. 재미를 주는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 기분이 좋게 되는 책을 찾는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만한 소설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높은 곳이 좋다, 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는다. 그런 사심없는 웃음에 하기도 따라 웃으면 대답한다.
"맞아. 높은 곳을 좋아하는 것은 연기와 바보라고들 하지."
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조금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보라는 말에 어딘지 부러움이 섞여 있는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라면 누구나가 가르쳐주지만 바보 같은 삶을 사는 방법은, 실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지정보]
제목 : 점점 멀어지는 당신
지은이 : 유이카와 케이 [唯川惠]
옮긴이 : 박현석
원제 : DANDAN ANATAGA TOKUNARU(1997)
출판사 : 새론북스
발간일 : 2002년 09월
분량 : 190쪽
값 : 7,500원
[p.s.]
- 책 끝에 작가 미즈하시 후미에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인터넷에 전문이 올라와 있어 링크를 걸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