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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시 보고...

flipside 2023. 5. 19. 19:36

2004/12/09 11:36

 

1997. 10. 13 01:48 [원래 행갈이를 안했던 글입니다 ( _ _ )]


한 영화를 여러번 보게 되면 처음 보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된다고 하지요. 처음 볼 때는 줄거리를 파악하고, 그 다음 볼 때는 주인공들의 연기를 세심히 보고, 또 한 번 더 볼 때는 영화적인 요소들을 관찰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볼 때마다 똑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을 그대로 주는 영화가 말입니다. 방금 KBS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 를 방영해 주었습니다. 시청자가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열네번째 뽑혔답니다. 겨우 14번째라니... 제가 이 영화를 본 것이 아마 중 3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그때 영화직배 반대로 이 영화는 버젓한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변두리 극장에서만 상영되고 있었지요. 제가 친해지고 싶어했던 친구가 꼭 보라고 권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신문에 극장이름과 영화이름만 세로로 줄줄이 나는 광고를 찾아 가장 가까웠던 한 극장을 찾아갔습니다. 지하철에서 나가다가 패스도 잃어버리고, 극장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아... 난 영화라는 것이 그토록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때 본 [E.T.] 이후로 그렇게 울어 본적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가장 여린 마음을 지니고 있던 앤더슨이 오 캡틴 오 마이 캡틴을 외치며 책상에 당당히 올라서는 순간... 나는 엉엉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수건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큰일날뻔 할 정도로 말이지요. 극장을 나서면서도 눈물이 계속 나왔지요. 아. 그때는 왜 그랬을까요? 우리학교가 그렇게 공부만 시키는 그런 학교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닐의 자살이 주는 슬픔에, 그리고 죄없이 쫓겨나야 하는 키팅선생님의 무거운 발걸음에 제 자신이 하나가 되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 이후로도 만나는 아이들마다 이 영화를 보기를 권했지요. 하지만 아이러니칼 하게도 전 이 영화를 보고 선생님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이란 저렇게 중요하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TV에서 이 영화가 방영되었습니다. 목소리는 더빙되었지만, 감동은 그대로였지요. 여전히 영화는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년. 방학 때였습니다. AFKN에서 이 영화가 방영되었습니다. 무덤덤히 닐에게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하는 모습과, 닐이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헛구역질을 하며 눈밭을 내달리는 앤더슨의 안쓰러운 모습을 다시 한 번 지켜보았습니다. 아... 정말 슬프다면 이를 악물고, 혹은 무덤덤히 참는 게 아니라 실컷 울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그 때는 영화를 보고 통신란에 가서 다른 사람이 써놓은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저처럼 감동 받았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날카롭게 비판을 한 글도 많았습니다. 키팅 선생님 또한 다른 이름의 권위가 아니었나 하는 이야기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맞아...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공감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오늘 영화를 보았습니다. 비디오로 녹화를 해서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딴짓도 하면서 대충 대충 보았습니다. 하지만 닐이 연극을 끝내고 아버지의 차에 실려 집으로 가는 장면부터는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금 똑같은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영화는 언제나처럼 책상 위에 선 앤더슨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는 물기가 고이고, 한숨이 나옵니다. 거창하게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생각나서도 아니고, 떠나는 키팅선생님의 고맙다는 대사가 슬퍼서도 아닙니다. 우리는 왜 저런 영화를 못만들어 라는 생각 때문도 아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일어서지 않은 아이들의 갈등을 생각한 것 때문도 아닙니다. 그냥 눈물이 한숨이 나옵니다.




[예전 Hitel 영화/비디오란에 올렸던 글을 내발자국찾기 라는 서비스를 통해 찾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