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앤화이트 3

[밑줄] 타인을 평가하고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2010/08/23 22:05 ... 기묘하게도, 그녀 혼자 말하고 있는데도 독자는 그녀의 증언에서 꺼림칙한 기운을 느낀다. 자기방어와 자기선전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간파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타인을 평가하고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자신을 평가하고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오야 히로코, [우행록]의 해설 중에서, 누쿠이 도쿠로, 이기웅, 비채, 2010 등장인물 6명의 목소리로만 전개되는 소설입니다. [고백]이나 [속죄]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우행록]은 독특하게 그 목소리들 중간 중간에 5~6page 분량으로 누굴까? 하는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의문의 인물이 오빠에게 말하는 목소리도 짧게 섞어 놓았습니다. 또 한 명 한 명 화자가 바뀔때 마다 이..

underline 2023.05.18

[밑줄] 한편 나로 말하자면

2010/05/14 00:00 오미야에 별명이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남자가 있는데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냥 백작이라 불리지만 생업은 괴기소설을 쓰는 일로 그 방면에서는 유명한 모양이니 이름을 적으면 어쩌면 아는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나로 말하자면 20대 때 불운한 일을 여러 번 당했다고는 하나 서른이 넘는 지금도 일정한 직업이 없는 놈팡이에 하물며 출판업계와는 본래 연이 없는 인생인데 그나 그의 동료작가들이 영화 시사회나 모 씨 모 상 수상 파티 뒤의 주역과는 관계없는 술자리에 불러주면 나설 자리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심산으로 가서는 온갖 손에서 받아드는 명함에 적힌 사람 이름 회사 이름에 기겁하면서도 내 인생도 그리 쓸모없지는 않았구나 하고 자조 어린 미소를 띠며 아무 직..

underline 2023.05.18

[밑줄] 그래서 야쿠자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거야

2009/06/27 09:09 ... 하시즈메는 바로 칼날을 뽑아 내 턱 아래 들이댔다. 살짝 통증이 왔다. "다시는 그따위 짓 하지 마." 하시즈메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내가 왜 널 죽이지 않는지 알아? 야쿠자가 누군가를 죽일 때는 자신보다 상대가 잃는 것이 많다는 손익계산이 있기 때문이야. 세상 사람들이 야쿠자를 두려워하는 것도 그 손익계산이 되기 때문이지. 야쿠자와 서로 죽인다 해도 상대편아 훨씬 손해거든. 슬퍼할 부모가 있고, 보복을 두려워할 마누라가 있고, 길거리를 헤맬 자식이 있고, 멍청한 짓을 했다고 꾸짖을 친구가 있어. 그래서 야쿠자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거야. 하지만 넌 어때? 지금 널 죽여봤자 내가 너보다 잃을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underline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