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8

캐러멜 팝콘 | 요시다 슈이치

2006/12/31 18:15 [책을 읽고 나서] 재팬라이프라는 사이트의 요시다 슈이치에 대한 프로필을 보면 "요시다의 작품을 읽다 보면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평범한 언어로 금방이라도 옆에서 벌어질 것 같은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어느새 '이 사람이 다 썼으니 나는 쓸 게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그의 섬세한 묘사에 탄복하게 만든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을 통해 그려내는 리얼한 현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판타지에 가까운 간절한 희망이 독자들의 마음을 잡아내는 작가이다."라고 되어있다. 90% 동감! 10%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읽으면 읽을 수록 그의 작품이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크게 들기 때문이다. 요시다 슈이치..

book 2023.05.31

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

2006/02/23 23:39 [책을 읽고 나서] 처음 읽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파크라이프]였다. 재미있는 표지의 작품이었는데 스타벅스에 대한 묘사가 기억에 남았다. 그 다음은 [퍼레이드]였는데, 그때 썼던 글을 보니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으면서 심각한 주제도 잘 전달하는" 작가라고 감상을 썼었다. 그리고는 [동경만경]. 드라마까지 찾아볼 정도로 - 하지만 소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드라마에는 실망했다 - 재미있게 봤다.(나는 연애소설을 좋아한다 ^^) 최근에 본 것이 [7월 24일 거리]였는데 준연애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만만치 않아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이틀전 회사동료분이 빌려줘서 오늘 다 읽게된 [일요일들]은 다시 [퍼레이드]때로 돌아간 작품같은데 예상대로 재미..

book 2023.05.30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2005/05/08 12:23 [책을 읽고 나서] 아 책 읽으면서 소리내서 웃어본 게 얼마만인가!!! 표제작 "공중그네"를 포함해 모두 5편의 연작을 담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란 이런거구나하는 하나의 모범과도 같은 작품이다. 진지한 고민을 가진 환자와 이것을 (환자가 보기에는) 상당히 장난스럽게 받아들이지만 결국 치료를 해주는 의사 이야기는 그 형식만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특히 주인공 이라부 이치로 박사의 캐릭터는 독특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재미를 주는데, 나이가 들어도 천진함을 유지하고, 단순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놓치지 않는, 무례하지만 천박하지 않은, 돈은 많지만 별로 그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치료는 하지만 그것에서 재미를 찾는 이 30대 후반의 정..

book 2023.05.28

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2005/03/20 11:12 [책을 읽고 나서] 요시다 슈이치의 다른 작품인 [퍼레이드]와 [파크라이프]를 읽으면서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미묘하게 전혀 특이 하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특이하다는 느낌. [동경만경]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요시다 슈이치는 A라는 상황에서 B라는 상황으로 넘어가는데 그것을 읽다보면 "아니 왜 C로 안가고 B로 가는거야? 참 특이하지만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 A라는 상황에서 C로 간다면 "왜 B로 안가는 거야?"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도 그런 느낌, "아니 결국은 이렇게 끝나면 어쩌자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모두 6장으로 이뤄진 소설 중 5장이 끝으로..

book 2023.05.28

[밑줄] 뒹굴거리면서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죠

2010/04/27 23:30 "이마이 씨는 쉬는 날엔 뭐 하세요?" 언제였을까, 흡연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다테노가 물었다. 허세를 부려봤자 별 소용도 없을 듯 해서 "특별히 볼일이 없는 날은 빨래하고 청소하고 책 좀 읽다 보면 금세 저녁때니까 반찬거리 사러 나가고……"라느니 어쩌느니 대답하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갑자기 진지해진 표정으로 다테노가 물었다. "성희롱이라고 각오하고 묻겠는데요. 혹시 지금 사귀는 사람 없어요?" 흡연실에는 다른 부서 사람들도 몇 명 쯤 있었다. 우리 목소리가 들렸는지 안 들렸는지 알 수 없지만 다테노의 질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래, 없어." 내가 스스럼없이 선뜻 대답하자 다테노는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근데 ..

underline 2023.05.17

[밑줄] 한 번 발이 멈춰버리면 그 후엔 점점 저쪽 세계로 가버릴 테니까

2010/03/04 10:07 "요노스케." "응?" "춤춰라." "어?" "춤을 추라니까. 젊은 시절에." "뭐, 뭐라고?" "왜 춤을 추나 하는 의미 따윈 생각하면 안 될 거야, 틀림없어. 한 번 발이 멈춰버리면 그 후엔 점점 저쪽 세계로 가버릴 테니까." "저쪽이라니?" "저쪽이 저쪽이지 뭐야. 너도 곧 알게 돼." 기요시가 책을 탁 덮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요노스케." "응?" "내 말 명심해, 춤을 춰야 해." "아아, 춤춰, 추고 있어." 살짝 성가시기도 해서 요노스케는 그렇게 대답했다. "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해?" "알아. 춤추라며?" "그런데?" "그래서 춤추고 있다니까. 걱정할 것 없어." 기요시가 이불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요노스케를 쳐다봤다. "나 실은 삼바..

underline 2023.05.17

[밑줄] 요즘 아무하고도 말 안 했어

2008/06/03 00:22 '요즘 아무하고도 말 안 했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렇게 씌어 있었다. 받은 내용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손가락으로 무의식적으로 찍은 문장이었다. 유이치는 얼른 지워버리려다 '일하는 곳과 집만 왕복할 뿐'이라고 덧붙이고, 잠시 망설이다가 보냈다. 지금까지 외롭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외롭다는 게 어떤 건지 몰랐다. 그런데 그날 밤을 고비로 이제는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외롭다는 것은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기분일지도 모른다고 유이치는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얘기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자기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 [악인]중에서, 요시다 슈이치, 이영미 옮김,..

underline 2023.05.15

[밑줄] 젋은 나이에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2007/07/01 15:27 "하긴 떠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조용히 남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 어딘가로 가려고 결정하면 장래가 불안해지고, 남겠다고 결심하면 나중에 떠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것 같아 또 불안해지더군. 미무라 군처럼 젋은 나이에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아, 아니 이런 고리타분한 얘기를 꺼낼 생각이 아니었는데 미안, 미안. 참 잊어버리기 전에 자, 이거 얼마 안 되지만 받아둬." 도중에 이야기를 멈춘 점장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노란 봉투를 꺼냈다. "이게 뭡니까?" "너무 적어서 되레 미안하기 짝이 없군." 슌은 점장이 내미는 봉투를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괜찮아, 그냥 성의니까 받아둬. 도쿄에 가면 아무래도 돈 쓸 일이 많을 거야." ..

underline 2023.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