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24. 10:49

얀 베르메르, <악보를 든 신사와 소녀>, 1660
... 베르메르의 많은 그림들은 관람자가 방안으로 들어가진 못하게 하면서, 열쇠 구멍으로 방안을 들여다 보도록 이끄는 듯하다. 관람자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사적인 순간을 훔쳐보는 관음자 觀淫者 voyeur가 된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악보를 든 신사와 소녀 Gentleman and Girl with Music>나 <버지널 앞에 선 젋은 여성 A Young Woman standing at a Virginal>처럼 관람자가 그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끄는 작품에서도 근본적인 의문은 그대로 남아있다. 베르메르가 다룬 제재들은 새롭거나 고유한 것은 아니었다. 피테르 드 호흐나 게랄드 테르 보르흐, 그리고 심지어는 렘브란트와 같은 당대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들의 작품 속에서도 동일한 테마가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심리적인 힘으로 따지자면 베르메르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베르메르의 이 같은 측면이랴말로 관람자를 유혹하고 도발하는 즉각적인 힘을 가진다고 믿고 있다. 그의 탁월한 테크닉은 물론 대단한 것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그 테크닉은 이런 심리학적 힘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용되었던 것이다. ...
- 이미지 출처 : http://worldmasterpieces.jp//pic-labo/llimg/vermeer17.jpg
- 글 출처 : <이너비전 뇌로 보는 그림, 뇌로 그리는 미술>, 세미르 제키, 박창범 옮김, 시공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