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1. 22:41

에드워드 호퍼, <자동 판매식 식당>, 1927
... <자동 판매식 식당 Automat>(1927)에서는 여자가 혼자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다. 늦은 시간이다. 여자의 모자와 외투로 보건대 밖은 춥다. 여자가 있는 실내 공간은 크고, 불은 환하고,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장식은 기능적이다. 돌을 덮은 탁자, 튼튼하게 만든 검은 나무 의자, 하얀 벽. 여자는 사람을 꺼리는 듯하고 약간 겁을 내는 것 같다. 공공장소에 혼자 앉아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분명하다. 무슨 일인가 잘못된 모양이다. 그녀를 보다 보면 어느새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 배신이나 상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그녀는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손을 떨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북미의 어떤 큰 도시, 2월의 밤 열한 시쯤일 것 같다.
<자동 판매식 식당>은 슬픔을 그린 그림이지만 슬픈 그림은 아니다. 이 그림에는 위대하고 우울한 음악 작품 같은 위력이 있다. 실내 장식은 검박하지만, 장소 자체는 궁색해 뵈지 않는다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혼자 일 수도 있다. 이 여자와 비슷하게 생각에 잠겨, 이 여자와 비슷하게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혼자서 커피를 마시는 남자와 여자들. 이런 공동의 고립은 혼자인 사람이 혼자임으로 해서 느끼는 압박감을 덜어주는 유익한 효과가 있다. 호퍼는 고립되어 있는 이 여자와 공감을 느껴보라고 우리에게 권유한다. 그녀는 위엄 있고, 관대해 보인다. 어쩌면 지나친 듯싶게 남을 잘 믿고, 약간 순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세상의 단단한 모서리에 부딪힌 것일 수도 있다. 호퍼는 우리를 그녀 편에, 중심으로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변에 밀려난 사람들 편에 세운다. ...
- 이미지 출처 : http://www.uwm.edu/Course/448-192-001/hopper.jpg
- 글 출처 : <동물원에 가기> 중 "슬픔이 주는 기쁨" 중에서,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이레,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