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line

[밑줄] 행복이란 대개가 어딘가 뒤틀려 있다

flipside 2023. 5. 11. 21:24

2006/11/11 18:22

 

 

... 세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이 고루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행복 뒤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불행이 있다. 행복이란 대개가 어딘가 뒤틀려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생물을 원망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을 다독일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의 첵임을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싶었다. ...



"요정 생물" 중에서, [꽃밥], 슈카와 미나토,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06




2005년 상반기(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각기 독립된 단편모음집이 나오키상을 받는 것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그만큼 모든 작품이 고루 완성도 높기란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1960~70년대 오사카를 배경으로 실제로는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에서나 존재할 법한 일들을 다룬 단편이 6편 담겨 있는데 어느 것 하나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재미/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표제작 "꽃밥"을 읽다가 지하철에서 눈물을 조금 흘렸다.ㅜㅜ 환상문학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환상의 정도에 있어서 기담, 괴담 보다는 아토리 게이코의 만화([빛의 정원]이나 [여름을 기다리며] 같은) 정도의 상상력에 더 가깝다.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 모음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모음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6편 중 어떤 것을 먼저 읽더라도 맘에 들어할 것 같다.




p.s. 원서 표지. 원제는 [花まんま]. 제목 "꽃밥"은 화분(花粉)이 아니고 꽃시계처럼 꽃으로 만든 밥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