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7 23:17
1990년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페리에사의 음료수에 벤젠이 유입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보도되었다. 그때 페리에사의 경영진은 병의 세정단계에서 발생한 유일한 예외적인 사고이며, 벤젠에 의한 오염은 북미지역에서 단지 몇 병 발견된 것뿐으로 '며칠 지나면 완전히 잊혀질 사소한 것'으로 판단해 조속한 대응을 강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벤젠 유입이 확인된 병이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었고, 페리에사의 주가는 사고 이후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폭락하기 시작하여 급락을 계속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자발적으로 제품회수의 움직임이 진행되었으나, 페리에사는 '소심한 미국인'이라고 탓하며 회수활동을 소비자에 대한 건강측면을 배려하는 것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리어 대변인을 통해 '프랑스에서 소비자들은 이 정도의 일에는 그렇게 호들갑떨지 않는다'라는 논평을 계속 발표했다. 페리에사로서는 이 분야에서 고급품으로 자리잡은 제품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성명이 보도된 후,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 있다는 인식이 고조되어 세계의 주요 시장에서 반발을 초래하였다. 프랑스 본사 이외에서는 소비자를 배려한 성명을 독자적으로 발표한 현지 경영책임자도 있었지만, 페리에사가 제품회수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소비자의 반발은 더 한층 거세어졌다.
페리에사가 세계시장에서 제품회수를 결정한 것은 벤젠 유입 발견 후 4일째로, 그 당시 '회수 조치가 페리에사의 이미지를 구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상품이미지는 상처를 입었으며, 게다가 '페리에사는 결단력이 없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태도의 일관성이 없다'라고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사태발생으로부터 대응까지 페리에사의 움직임은 가장 심각하게 관계 맺어야 하는 미디어로부터 비웃음을 사게 되었고, 이것은 위기관리 실패의 대표적인 예라고 일컬어 진다.
[Public Relations -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홍보전략] 중에서, 이노우에 타카시, 안진희 옮김, 양문, 2003
올블로그의 공채취소 관련 글(1, 2)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 페리에사의 실패 사례(이어지는 성공 사례는 역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회수)입니다. 마침 관련 내용을 잘 정리해 놓은 책을 갖고 있어서 옮겨 봤습니다. '프랑스에서 소비자들은 이 정도의 일에는 그렇게 호들갑떨지 않는다'라는 논평과 골빈해커님의 글 말미에 있는(있었던) "결정을 번복한 것은 과연 저에게만 잘못이 있을까요?"가 겹쳐보이네요.
이후 페리에사는 "매우 멋진 광고캠페인을 행하고 문제가 되었던 음료수의 인기를 회복"했지만 "그것은 원래 1,000ml가 아니라 새롭게 출시된 750ml의 병"으로 가격은 같았다고 하네요. 저자인 이노우에 타카시의 결론을 옮겨봅니다. "긴급한 위기사태 발생으로 일시적인 기업이미지의 하락이나 피해는 불가피하나, 대응 여하에 따라 기업의 존폐가 결정 된다는 것을 기업 최고경영자나 Public Relations 담당자는 확실히 인식해야만 한다. 그리고 적절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평상시에 철저하게 위기관리 의식을 갖는 것이라 하겠다."
p.s. 입사취소 통보의 미숙함을 알게 되고 흠... 이게 정말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골빈해커님의 "화가 난 상태에서 쓰는 글"을 보고 아 사실이구나 했을 때만해도 탈퇴까지 생각하지 않았는데 수정본에 있는 말이 고작 "앞으로는 정말로 논쟁이 될만한 글은 올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정도라는 데 극히 실망하고 탈퇴합니다.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