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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너는 1년에 설탕을 얼마나 사니?

flipside 2023. 5. 17. 22:02

2010/02/20 11:11

 

"얼마나 받냐?"
한창 경쟁심에 불타던 젊은 시절 나는 친구들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때는 얼마를 버느냐가 성공을 가늠하고 비교하는 제일 좋은 방법 같았다.
"충분히."
친구의 한 마디에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충분히? 그게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 충분하다는 거야. 나는 필요한 만큼 벌어. 그게 목표고. 필요 이상으로 벌려고 안달복달할 이유가 뭐 있어? 너는 1년에 설탕을 얼마나 사니?"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쓰려고 보면 항상 집에 설탕이 있을걸. 돈도 설탕 같은 거야. 쌓아놔 봐야 소용없어. 오히려 변해서 상태가 나빠지기 십상이지. 그러다가 설탕 때문에 필요하지도 않은 케이크를 만드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르고."
나는 그를 참 희한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아갔다. 친구는 결코 부자는 아니었지만 자기가 말한 대로 "집에는 항상 설탕이 있었다." 게다가 나를 포함한 나머지 친구들보다 훨씬 여유로워보였다. 친구는 자기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삶의 불확실성을 돈으로 채우려 하지 않았다. 물질주의 시대에는 대부분의 숫자가 금전적이다. 겉보기에는 수치가 높을 수록 잘사는 것만 같다. 하지만 설탕을 쓰듯 밖으로 나가서 돈을 써야 한다. 그러다보면 오로지 돈을 쓰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하지도 않은 케이크를 사기도 한다. ...



[텅 빈 레인코트] 중에서, 찰스 핸디, 강혜정 옮김, 21세기북스, 2009




지난번에 이어 2번째 밑줄. 핵심은 "자기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도 점점 모르겠어요 ㅠㅠ 그나저나 집에 설탕이 있는지 한 번 찾아봤는데 다행이 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