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6

종신검시관 | 요코야마 히데오

2007/07/01 14:40 [책을 읽고 나서] 종신검시관이라 불리는 구라이시 요시오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단편 모음집. 추리소설의 기본에 충실한 - 물론 완벽한 이야기 구조에 복선과 반전을 기대하시고 이 책을 읽으신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 - 단편에서부터 읽고나면 가슴이 먹먹해 지고 눈물이 핑 도는 단편까지 모두 8편이 담겨 있는데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주는 수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 옮긴이도 같은 의견을 이야기 하고 있듯이 - "전별'과 "실책"(아래 기억에 남는 구절에 옮긴 내용의 출처이기도 합니다)이 가장 감동적이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윗사람의 눈에 들려는 노력은 없고, 윗사람들 눈밖에 나 있지만 입바른 소리에, 퉁명스럽게 아랫사람을 대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

book 2023.06.01

거짓말의 거짓말 | 요시다 슈이치

2006/11/11 17:17 [책을 읽고 나서] 언제나처럼 일상과 일상의 흐름에 대한 요시다 슈이치식 해석이 돋보이는 단편집. 연작단편집이긴하지만 각기 독립성이 강한편이다. 많이들 아래 밑줄 그은 부분이 있는 "휴게소 주차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봄, 바니스에서"와 그것과 연결된 "그와 그녀의 거짓말"이 제일 좋았다. 특히 "그와 그녀의 거짓말"은 재미도 있고 감정의 묘사도 치밀한 단편이었는데 편집자가 제목을 "거짓말의 거짓말"로 정한것을 보면 이 단편을 그냥 나만 좋아한 것은 아니구 ^^ 하는 안심이 든다. 이 책 전에 국내 발간된 [랜드마크]를 읽고 음.... 했던 사람들은 특히 반가워할 작품. 책의 내용과 관련없이 한마디 덧붙이면 1권으로 묶기에는 분량이 너무 적었다는 점...

book 2023.05.31

[밑줄] 눈물이란 건, 비가 아니라 맑은 날과 비슷한 것 같다

2008/11/06 00:58 아무튼 잘 우는 여자였다. 고아들을 다룬 심야 TV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울고, 100만 부나 팔린 그림책을 읽으면서도 울고, 심지어는 자기가 사놓은 조각 케이크를 내가 맘대로 먹었다며 울었다. "케이크 같은 걸로 울지 좀 마. 보기 싫어,."라고 하면 "같이 먹으려고 사 온 건데. 어떻게 두 조각을 혼자 다 먹어."하며 억울하다는 듯 눈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사 올게. 역 앞 제과점이지?" "아니야. 신주쿠 이세탄 지하야." "신주쿠? 아니, 왜 그렇게 먼 데서 케이크를 사 오냐?" "맛있으니까 그렇지!" "아, 그래, 확실히 맛은 있더라." 눈물이란 건, 비가 아니라 맑은 날과 비슷한 것 같다. 예를들어 사흘 내내 비가 내리면, "뭐야? 오늘도 비야?"하고 지긋..

underline 2023.05.16

[밑줄] 서른을 넘기면 더 이상 친구는 만들지 못해

2008/10/06 22:37 "나는 말이야, 요즘 곰곰이 생각해……." 마유즈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계속 말했다. "서른을 넘기면 더 이상 친구는 만들지 못해. 일하는 파트너야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신뢰할 수 있는 놈들도 있지만 역시 친구는 아니지. 서로 유치하고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결국은 이십대까지야. 그때까지 만난 놈들이 친구야." 마유즈미가 이 말을 하고 싶어 여기에 왔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가방" 중에서, [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민경욱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 부분을 읽다보니(위 밑줄은 책 뒷표지에도 있습니다~) 예전 대학OT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대학교 때 친구와 고등학교 때 친구에 대한 것이었는데 딱 이런 식으..

underline 2023.05.16

[밑줄] 좋아하는 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2007/11/23 10:11 "이 사람 좋아했어?"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여자 애의 질문에 "좋아하는 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라고 답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예를 들어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여 주고 싶은 누군가 없어? 특별히 사귀지 않아도, 그저 멀리서 그 순간을 기뻐해 주면 되는 사람 말이야." "행복한 순간?" "그러니까 그냥 행복한 순간 말이야. 마라톤 대회에서 1등으로 테이프를 끊는 순간 같은 거." "마라톤 대회? 상당히 사소한 행복이네." "그러니까 예를 든 거야, 예." "시게타 군은 왜 이 사람한테 그런 행복한 순간을 보여 주고 싶었어? 마라톤 대회에서 테이프를 끊는 순간을?" "보여 주고 싶었다기보다 지금도 보여 주고 싶어. 마라톤 대회도, 내 가게를 가지게..

underline 2023.05.14

[밑줄] 에이스도 조커도 모두 내 손안에 있기 때문이다

2007/09/15 22:11 내가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내게서 소중한 걸 빼앗아갔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행위가 자신들의 일방적인 가치관에 의해 이루어졌고, 따라서 그들이 어떤 수치심도 못 느끼고 있다는 데 격렬한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당연한 것이었다고까지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된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참회를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무언가를 요구할 만한 가치조차 없다. 그들이 반격해온다 해도 나는 두렵지 않다. 에이스도 조커도 모두 내 손안에 있기 때문이다. [11문자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민경욱 옮김..

underline 2023.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