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슈이치 16

[밑줄] 좋아하는 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2007/11/23 10:11 "이 사람 좋아했어?"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여자 애의 질문에 "좋아하는 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라고 답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예를 들어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여 주고 싶은 누군가 없어? 특별히 사귀지 않아도, 그저 멀리서 그 순간을 기뻐해 주면 되는 사람 말이야." "행복한 순간?" "그러니까 그냥 행복한 순간 말이야. 마라톤 대회에서 1등으로 테이프를 끊는 순간 같은 거." "마라톤 대회? 상당히 사소한 행복이네." "그러니까 예를 든 거야, 예." "시게타 군은 왜 이 사람한테 그런 행복한 순간을 보여 주고 싶었어? 마라톤 대회에서 테이프를 끊는 순간을?" "보여 주고 싶었다기보다 지금도 보여 주고 싶어. 마라톤 대회도, 내 가게를 가지게..

underline 2023.05.14

[밑줄] 젋은 나이에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2007/07/01 15:27 "하긴 떠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조용히 남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 어딘가로 가려고 결정하면 장래가 불안해지고, 남겠다고 결심하면 나중에 떠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것 같아 또 불안해지더군. 미무라 군처럼 젋은 나이에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아, 아니 이런 고리타분한 얘기를 꺼낼 생각이 아니었는데 미안, 미안. 참 잊어버리기 전에 자, 이거 얼마 안 되지만 받아둬." 도중에 이야기를 멈춘 점장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노란 봉투를 꺼냈다. "이게 뭡니까?" "너무 적어서 되레 미안하기 짝이 없군." 슌은 점장이 내미는 봉투를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괜찮아, 그냥 성의니까 받아둬. 도쿄에 가면 아무래도 돈 쓸 일이 많을 거야." ..

underline 2023.05.13

[밑줄] 인간이란 존재는, 어쩌면 아무 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생물이 아닌가

2006/06/25 21:51 ... "그냥 침대에 드러누워 책을 읽거나 창을 통해 눈 아래 펼쳐지는 전경을 바라보거나, 그런 것 외엔 정말 아무 것도 안 해요. 인간이란 존재는, 어쩌면 아무 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생물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어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살 수 있나 해서 결국 필사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게 아닌가……" ... "예를 들어 여러 명의 남자들을 한 장소에 모아두고 "자, 이제부터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하면, 그들은 어떤 행동들을 할까? 서로의 영역을 빼앗느라 치고 박고 주먹질을 할까 하니면 서로 자리를 양보하고 한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기만 할까? 주어진 자리에 만족할 수 없는 게 인간의 본성일까 아니면 주..

underline 2023.05.10

[밑줄] 그 자리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파악하는가에 따라서…

2004/09/10 14:19 "그 자리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파악하는가에 따라서 사회 계층이 결정된다면 나는 분명 착취에 착취를 거듭 당하며 인간적 존엄 따위는 눈꼽만큼도 보장받지 못하는 최하층이 될 게 틀림없을 만큼 내가 생각해도 엉뚱한 대답만 툭툭 튀어나오곤 했다." [퍼레이드], 요시다 슈이치, 권남희, 은행나무, 2003 예전에 읽은 소설인데 너무 재미있어서 일부 내용을 옮겨봤습니다. 위의 대목은 등장인물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헛소리를 ^^ 하고 나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대목으로 묘사가 참 산뜻합니다. 요시다 슈이치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 만큼 우리에게 친숙해 지리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으면서 심각한 주제도 잘 전달하는 것이 하루키나 류와는 구별되는 장점..

underline 202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