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근영 5

도키오 | 히가시노 게이고

2008/12/07 22:45 [책을 읽고 나서] 책 표지에도 23살의 아버지, 17살의 아들이라는 말이 있고, 뒷표지에도 "오래전 그날, 아사쿠사 놀이공원에서 미래의 아들을 만났다."는 말이 있으니 과거로 온 아들이 아버지와 만난다는 소설의 큰 설정이 스포일러라고 말하긴 어렵겠지요. ^^ 소설의 시작은 뇌신경이 점점 사멸해가는 그레고리우스 증후군 발병확률이 있는 아이를 낳은 미야모토와 레이코 부부가 아들의 임종을 맞는 부분입니다. 그 부분이 잠깐, 바로 이어지는 것은 미야모토가 레이코에게 자신이 결혼 전에 지금 죽어가고 있는 아들, 도키오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부분입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으면서 이야기 짜임새도 촘촘한 편이고, 어느듯 읽다보면 끝. 하지만 최근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

book 2023.06.04

소문 | 고이케 마리코

2008/04/21 01:27 [책을 읽고 나서] [아내의 여자 친구]에 이어서 나온 국내발매 고이케 마리코의 2번째 단편집. 이번 단편집에는 4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 편 한 편 완성도가 높아서 금방 읽게 되었습니다. 표제작 "소문"의 경우 뒷표지의 카피("순진무구한 얼굴로 우리 인생에 찾아온 재앙")를 읽고 당연히 노나미 아사의 [죽어도 잊지 않아]처럼 억울한 소문으로 고통받는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고이케 마리코는 소문의 피해자인 다마요의 비밀스런 놀이로부터 소설을 시작합니다. 간병인을 죽였다는 억울한 소문을 듣고 있는 주인공은 아래 옮겨적은 것처럼 이전에 간병해준 노부인들의 집을 몰래 들어가보는 취미에 끔찍한 상상을 하며 가슴을 설레하는 사람이었던 것이죠. ... 무엇 때문에 이런 놀이를 계속하고 ..

book 2023.06.02

아내의 여자 친구 | 고이케 마리코

2006/10/29 13:38 [책을 읽고 나서] 예전에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 중 국내에 처음 소개된 [사랑 戀](소담출판사, 1996, 아마도 절판 -.-;)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나오키상이 뭔지도 몰랐고 일본 사람 이름은 러시아 사람 이름 만큼이나 어렵게 여기던 시절이라 푸른색 표지의 재미있었던 책으로 기억했을 뿐, "고이케 마리코"라는 이름은 전혀 머리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제목이 눈에 띄어서 고르게 된 이 책의 해설에서 [사랑]의 그 작가라는 이야기를 보고는 바로 골라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재미있는 책이더군요. 6편의 단편 모두 재미있게 읽었지만 역시나 압권이었던 것은 표제작인 [아내의 여자 친구]..

book 2023.05.31

[밑줄] 동경하는 것에는 잔혹한 덫이 도사리고 있다

2008/08/13 01:02 ... 동경하는 것에는 잔혹한 덫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부족한 점, 상반되는 조건을 동경한다는 결정적인 모순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동경했던 그 모습이 그대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소이치는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 [천사의 잠] 중에서, 기시다 루리코, 오근영 옮김, 대교베텔스만, 2008 "13년 전 격렬히 사랑했던 여인과의 우연한 만남. 그녀 주위에서 의문에 싸인 채 죽어간 남자들. 지금까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라는 뒷표지의 카피가 흥미를 끌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 여인이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고 거기다 작가가 파리제7대학 이학부를 졸업했다는 것까지 겹치면서 의학 미스테리인가? 하는 생..

underline 2023.05.15

[밑줄] 왜 모두들 전학생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까?

2007/05/28 02:11 "난 어렸을 때부터 전학이 잦았어. 이상하지? 왜 모두들 전학생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까?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갔을 때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목에 여럿이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가 괴롭히곤 했어. 생각해보면 이건 부조리 아냐? 왜 전학생을 못살게 구는 거지? 몸속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그 있잖아 왜, 여러 가지 백혈구 같은 것이 몰려들어 에워싸서 퇴치한다고 하잖아. 그런 건지도 몰라. 그냥 그 지역에 적응시키기 위한 통과의례라는 의미가 있는 건지도 모르고…… 말하자면 '이물질'이니까. 모르는 상대니까, 자기들과는 이질적인 공간과 시간을 보내왔으니까. …… 미지의 것은 늘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 그래, 사실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이른바 '수수께끼의 전학생'은 항상 ..

underline 2023.05.13